실버스푼을 시작하기 전부터 먹거리 관련 일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부터 아닌가 싶네요.   


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유난하다고 하지만..

그 친구들이 실제 공장에서 식품이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생산되는 광경을 실제로 보고도 

과연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공유되는 것은 아니기에 그럴땐 말로 더 설명하기도 어렵지요.

 

인간이 태어나 죽을때까지 수천 수만번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어차피 먹어야 한다면, 이왕이면 신선하고 맛있고 게다가 좋은 걸 먹었으면 하는게 기본적인 욕구일겁니다.

그러니 맛집포스팅이 주를 이루고, 레시피가 넘쳐나고 있겠지요.

어느날 일요일 KBS에서 하는 다큐를 보는데 인간이 걸리는 질병의 근원은 대부분 음식이 원인이며

산업혁명 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엄청난 식량이 필요하게 되고

결국 대량 생산, 대량 유통되는 질 낮은 먹거리가 만들어져서 비만과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혼자였고, 굳이 궁금하지 않았고 또 잘 몰랐던 무지함 때문에 그렇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부터는 액상과당 범벅, 변성전분 덩어리가 아닌 제대로 된 먹거리에 입맛이 길들였으면 합니다. 

대신 그걸 무슨 선민의식인양 우리의 생각을 남들에게 강요하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가치기준은 전부 다른것이라 생각하니까요. 


다만 적어도 저희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실버스푼을 찾아주시고,

보내주시는 애정만큼 저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최선을 다해 먹거리에 성의를 다해 좋은것을 선보이는 것이 저희가 판매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고 도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거라도 생산하고 싶을 때 조금씩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은 드뭅니다.

예를 들어 요구르트 한두개 만들려고 우유 100리터가 들어가야 제대로 된 요구르트가 나오는 기계를 돌리면 

엄청난 비용이 들겠죠. 

(대부분의 식품기계는 엄청난 물량을 생산하지는 못하지만 1~2개 생산도 불가능합니다.)


생산하시는 분들이 꾸준히 생산할 수 있도록 해서 신선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공급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객분들과 고민해 생산을 함께 계획해보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버스푼 푸드박스도 그런 맥락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실버스푼 푸드박스 



 


 

저는 유기농이나 친환경 무항생제 로하스 등 무슨무슨 인증등을 선택의 기준으로 두지 않습니다.

이유는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인증이 제품의 신선도와 퀄리티까지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죠.

돈벌이를 위해 남발되는 무슨 무슨 자격증 같은 느낌도 들고..

붓으로 그림그린다고 해서 누구나 화가가 아니듯 말이죠. 

제대로 만든다는 의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정직하게 제 가격을 받고 만들거나 키운다는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먹거리에 첨가물이나 농약 등 대부분 "절대악"으로 여기는 것들에 대해 좀 더 관대한 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것입니다.

미디어나 떠도는 풍문에 농약을 친다 하면 그 음식을 먹으면 내일 당장 무슨 일이라도 날 것처럼 하지만..

저는 정말 어쩔수없어 아주 극소량을 해야한다면 오히려 괜찮다고 보는 편입니다. 

산 속에서 초근목피 하지 않는 이상 식량의 60% 이상 수입해오는 상황에서 

먹거리의 99.9%는 물리적으로 이 걸 피해나갈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단지 과하냐 과하지 않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저희가 재작년에 시골 밭에서 키웠던 브로콜리를 아시는 회원님들이 많으실텐데요. 노지에서 키우니 그 맛은

진짜 끝내줍니다. 하지만 농약을 하지않으니 겨울엔 배고픈 산짐승들이 뜯어먹고,

여름엔 배추벌레들이 다 파먹어 결국 심는것을 포기했지요.

 

브로콜리 무농약이 불가능하다는것을 알지만 필요할땐 어쩔수없이 선택을 하지요.

수많은 유기농들이 무색할정도로.. 평생을 농사지으신 부모님들께서는 손사래를 치셨던 그 브로콜리 말입니다.

잘 키워 싱싱한것을 사다가 깨끗하게 씻어 끓는물에 데쳐 먹지요.

사람도 예방접종을 하고 아프면 약을 먹습니다. 자연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달고 맛있는 과일은 가장 먼저 벌레가 찾아오고, 

동물은 계절이 변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공산품이 아니라 "생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농산물이나 가공품은 유통 중 썩지 말라고 방부제도 넣고,

동물들도 아프면 항생제도 맞고 합니다.

만약 이런  과정을 거치지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는 썩은 과일, 병든 고기, 부패한 가공품을 받아야 합니다.

이걸 돈주고 사먹을 사람들이 과연 단 한명이라도 있을까요? 


단적인 예로 실버스푼 소세지(윈너)와 햄에 극미량의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갑니다. 

95%이상의 돈육이 들어가는 제품에 선택적으로 들어가는데요. 생고기의 함량이 높을때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가지 않으면 생산되는 시점부터 24시간이 지난후부터는 부패가 시작됩니다.

택배로 가는 도중 부패가 시작되어 고객님 가정에서 상해서 드시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미국에서는 직접 훈제햄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가지 않아 "보톨리누스"균에

중독되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합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숫자더군요.)

제품의 안정성을 위해 어쩔수 없이 선택하는 필요악인 셈이지요.

하지만 아질산나트륨을 넣지 않기 위해 전분을 넣고 돈육의 함량을 낮춘다던가,

질 낮은 냉동고기를 넣는것은 본질을 해치는 짓이라 생각하기에 선택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앞뒤 없이 첨가물이 들어가면 무조건 죄악으로 치부해버리고 반대로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고 하면 

굉장히 선하고 윤리적인냥 대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마케팅은

사실 먹거리의 생산 및 유통의 실상을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블로그에 관련 글을 썼었죠. (화학조미료 MSG의 진실



제가 실버스푼과 실생활에서 먹거리를 선별하는 조건은

첫번째, 누가 만들었는지?

두번째, 언제 만들었는지?

세번째, 맛이 있는지? 

입니다. 



 

4~5월 봄에 수확한 담양 봉산면 딸기 





 

시골 아버지께서 뒷 산에서 친 천연 토종꿀 (당산나무 벌꿀)  




 

실버스푼 푸드박스에 유제품을 공급하는 곡성 목장




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자주 만들어 줍니다. 딸기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딸기, 꿀, 우유 이 세가지 재료를 제가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 공급받는 식입니다. 


담양 봉산면이라는 곳에서 딸기 농사 짓는 분께 4~5월 봄철에 가장 알이 좋은 딸기를 받아다 깨끗이 씻어

1년치를 냉동실에 얼려놓습니다. 한번에 10kg씩 봄이 되면 담양을 여러번 다녀옵니다.

꿀은 저희 아버지께서 지리산 자락 뒷 산에 놓아서 친 천연 토종꿀입니다. 

우유 역시 목장에서 새벽에 직접 짠 생우유 입니다. 이렇게 조합하여 아이들 딸기 아이스크림을 만듭니다.  

  



 

완성된 딸기 수제 아이스크림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 역시 대부분 저희가 실버스푼 푸드박스에서 진행했던 식재료로 만드는데

피자에 들어가는 지은목장에서 생산된 모짜렐라 치즈, 실버스푼 햄과 소세지, 경북 성주의 토댁네 방울 토마토와 토마토 소스, 하늘과 계란에서 생산한 유정란 그 외 저희 주변에서 키운 각종 야채 버섯 등이

피자 재료로 올라갑니다. 




 

치즈, 계란, 햄, 소세지, 토마토, 소스 등 자급자족한 재료들 가지고 만든 피자 





피자에 토핑을 깔기 전 토마토 소스를 바르는데 소스에 첨가되는 설탕을 비정제당으로 넣기 위해

오키나와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를 그대로 쫄여 만든 머스코바도를 현지 공장과 직거래 하여 

수입하기도 합니다. 우유가 필요하면 목장에 찾아가 신선한 치즈, 요구르트, 버터, 우유를 공급받습니다.

좋은 계란을 찾고자 계란 농장의 브랜딩을 해주고, 믿을 수 있는 유정란을 몇년째 꾸준히 주문해 먹습니다. 


햄과 소세지 육가공품은 저희가 직접 생산하고, 

두부는 근처 할머니들이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가마솥에서 끓여낸 두부를 가져옵니다.

국수도 태양에 말린 전통 국수를 찾아내고,

콩나물도 담양 어느 마을 회관에서 할머니들이 재로 키워낸 잿콩나물을 가져옵니다.

빵은 일산의 아키 빵을 한달에 한번씩 받아오고 (요즘은 바쁘셔서 그나마도 여의치 않아 너무 속상합니다.)

커피는 서대문에 있는 커피와 쟁이에서 블랜딩한 원두를 받습니다. 

그 외 해산물이나 생선은 목포 어판장에 있는 지인을 통해 

그리고 쌀 야채 과일 버섯 등 대부분의 먹거리는 저희 부모님이 농사 짓는 것을 그 외 먹거리는 저희 아는 분들이 생산한 눈으로 보고 최대한 컨트롤 가능한 먹거리들로 구성합니다. 


다만 아무리 정성스럽고 귀하게 키워도 맛이 없으면 찾지 않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키워도 맛이 없으면 그만 키우시라고 합니다.  

중요한 건 맛입니다. 먹을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괜찮다 싶은건 상품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실버스푼 매운맛 소세지   






 

겨울을 지내는 월동 브로콜리 (노지에서 키운 브로콜리)







 

실버스푼 푸드박스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하늘과 계란 유정란 (하늘과 계란)






 

실버스푼 푸드박스에 종종 들어가는 할머니들이 가마솥에서 만든 두부





 

지리산으로 귀농한 전직 드라마 작가 정경아씨가 직접 만든 쌀조청 (지리산 팜스톡)





실버스푼 베이컨 






겨울철에만 생산되어 실버스푼 푸드박스에 들어가는 "신안 돌김" 






 

볏짚을 태운 재로 시루에 키운 재콩나물 





 

장인의 정신이 느껴지는 커피와 쟁이 커피 (커피와쟁이)





 

역시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아키공방 빵 (아키빵)





 

남해안 통영 앞바다에서 수확한 멸치,홍새우,다시마 해물다시팩 




 

1972년부터 태양에 말린 전통 국수 (판타스틱국수)





한번은 설거지를 하는데 접시를 아무리 닦아도 묘한 세제냄새가 남더군요.

이 냄새가 밥 먹는 내내 괴롭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 세제 성분을 연구하고 근처 국내 최대 편백림 축령산에서 편백나무 잎을 채취해 증기 방식으로 편백잎 수액과 오일을 뽑아 편백 세제를 만들었습니다.

오랜시간을 준비했고 샘플만 열번을 오고 갔습니다. 푸드박스에도 한번 소개해드렸었죠.


원료 자체가 좀 비싸 시중에 나온 세제에 비교해 값이 서너배에 달하는지라 잘 팔리지는 않습니다만.. 

아직까지 써보신 분들은 긍정적 평가를 주셔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더이상 설겆이 하면서 세제 잔여물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그 또한 다행이고요. 




 

세제 냄새를 참지 못하고 만든 편백 주방 세제(편백세제)




누군가 봤을 땐 유별납니다.

써놓고 보니 유별난 걸 넘어 오타쿠 같은 느낌도 있네요.

그런데 저는 이게 유별난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지금 시중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우리가 생각하는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이죠.   

이걸 통해서 뭔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큰 뜻은 없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 가치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열심히 뭔가 제대로 생산하시는 분들이 생계에 시달려 업을 관두거나 양심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상품을 생산할 때 주문량이 많아지게 된다면 생산자에게도 여력이 생겨 미력하나마 생산단가가

낮아져 회원님들께도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드렸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대부분 소규모라 생산에 한계가 있지만, 정기적이 된다면 충분히 여지는 있기 때문이죠. ^^

지금까지 실버스푼의 모든 가격책정은 판매자들의 소비자가격을 충분히 지불하는 기준으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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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단발성에 그친 실버스푼 푸드박스는 상시 판매 방식으로 더디지만 조금씩 바꿔 볼 계획입니다.  

많은 고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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