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7.11.17 모순스러운 장면
  2. 2017.11.01 가을 갈대
  3. 2017.03.27 남도의 봄
  4. 2016.08.29 여름을 끝내는 비
  5. 2016.06.08 경계에 서서
  6. 2016.05.10 작지만 확실한 행복
  7. 2016.04.07 봄 사진
  8. 2015.11.02 주말에 다녀 온 지리산 시골집.. 1

모순스러운 장면

일상 2017. 11. 17. 23:46


오늘 지역에서 식품 관련 일을 하는 몇몇분들과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업계 소식도 듣고, 서로 정보도 나눕니다. 


저는 그 사이에서 언제나 인디밴드의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입니다. 

온라인이라는 분야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다릅니다. 


다만, 좋은 분들이라 만남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 중 한분이 HRM 제품 (가정간편식,즉석조리식품)을 유통하시는 분이 

있는데 몇번 샘플로 먹어보면 재료 질이 너무 떨어져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근데, 점심때 식당을 찾으면서 본인은 맛 없는 식당은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는 말을 합니다. 싸구려 재료로 만든 제품을 고객들한테 팔면서 

본인 입으로 들어가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에.. 참 이상하다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 본 많은 식품 업계는 대기업이든 소기업이든 본인들은 

식당에 앉아 좋은 서비스 좋은 맛 그리고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원하지만...


정작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건 단가 낮은 싸구려 재료와 성의 없이 포장한 

그저그런 것들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본인들은 절대 먹지 않는 제품만 

신기하게 잘도 만들어냅니다. 모든걸 시장으로 보고, 마케팅이 중요하며 

숫자로 판단한 결과입니다. 


너무도 '모순스러운 장면'입니다. 



식사를 하면서 그 HRM 제품을 유통하는 분은 앞으로 이쪽 시장이 커질거라고 

합니다. 투자할거라고 합니다. 돈이 될거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 비즈니스에 가타부타 말은 안했지만..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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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갈대

일상 2017. 11. 1. 00:27





바람이 불어도 갈대가 의외로 꼿꼿하게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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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봄

일상 2017. 3. 27. 23:26







광양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섬진강 따라 하동으로 올라오는 길 


구례 하동 섬진강 지리산 태어나고 자란 

동네인데 매번 볼 때마다 예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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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끝내는 비

일상 2016. 8. 29. 20:44



올 여름 더웠는데.. 아마 94년 여름보다 더 더운거 같네요. :)

비가 오니 날이 선선해집니다. 


또 언제 더웠냐는 듯 올 여름도 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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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서서

일상 2016. 6. 8. 00:39

전북 고창 청보리 밭



한 곳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된다. 

한 가지 일에 만족해서도 안된다.

어느 편으로 쏠려서도 안된다.


어느 한 편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한 일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바닥이 넓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어느 한 편도 아닌 경계를 

걷는 일은 불편하고 위험하다. 

말 그대로 면적이 없는 경계"선"을 

걷는 일이니까.


한낱 회색분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감수해야한다.


어느 곳에도 특별한 적군도 아군도 

없을 수 밖에 없다, 완벽하게 경계를 걷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불완전한 보통의 인간이 느끼는 

보통 사람으로서 완벽한 경계를 걸을 수는 없다.

 

경계에서 멀어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연마하고 반성할 뿐이다.  


"왜 당신은 경계를 걸으려고 하오?"라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문구가 떠오르지 않는다.

 

구체적인 단어로 특정 지을 수 있는건 아닌 것 같다.

다만 아직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표현밖에 

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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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 2016. 5. 10. 22:57



환한 형광등. 넓은 조리대. 그 앞에 쌓여있는 각종 튀김들..

따뜻한 날씨라 김은 없지만. 분명 뜨근할 오뎅.

그리고 갈색 닭튀김.

그것에 이끌려 들어가 버린.그곳은

중년의 아저씨 한분이. 속풀이 라면을 들고 계셨다.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안받는 전화를 옆자리에 내던지듯 놓고

남은 국물을 훌훌 비워내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핸드폰은 그대로 의자위에 놓아 놓은 그대로.



친절한 주인아저씨가 아니였다면.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적어도 10분은 핸드폰을 찾느라 분주했을게 당연하다.



면도를 이틀쯤은 안한 아저씨.

떡볶기 이인분을 포장해 간다.



시험공부에 애쓰는 아이를 위한 것일까.

선술집 마담을 꼬시기 위한 작업용품일까.


하루종일 땀과 먼지에 절은 언젠가는 하얀색이였을 면티를 입은 아저씨.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떡볶기 이천원어치.

그의 수중에 전재산일듯 보이는.곱게 편 이천원

끌고 온 자전거에는. 검정 비닐안에 들어있는 술병이 보인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그 분.

주인아저씨에게 설명을 듣고.가야할길을 마저 묻는다.

다행이 그다지 멀지않은 곳이 목적지 인가보다.


닭이 튀겨지길 기다리는 내 앞에 자리하시더니

혹여 그 앞의 티비가 안보일까 어려워 하신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행동.

모르는 분이지만 안스러울 지경이다.

반백의 머리. 반백의 수염. 허름한 면바지에 슬리퍼.

그리고 짐자전거.




잘 보여요.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내 말을 듣고도

조금 더 옆으로 비켜 앉으신다.


몇조각 드시더니. 집에 있는 누군가가 생각나신 모양이다.

공손히.그걸 싸 주길 부탁한다.

주인아저씨는 조금 남은 떡볶기를 더 해 비닐봉지에 담아드린다.


이쑤시개를 하나.둘 빼서는 소중히 담는.

어쩐지. 저 분은 운이 지독하게 없는 분이실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같이 하는 누군가가 아직은 계신거겠지.

두개의 이쑤시개로 봐선.


해질녁의 분식집엔 생각과 달리.

떡볶기를. 국물에 묻힌 튀김을. 오뎅을 좋아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 아저씨의

지극히 공손하고 구부러진 등이

그 바랜 면티가 오래 기억나서 주절거린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제목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은 

무라카미하루키의 수필집 이름이다. 


수필집의 표제작인데. 내용은 속옷을 고르고 사길 좋아한다는 

그런 내용이지만. 제목이 주는 느낌이 참 좋다.


커다란 행복을 들자면. 끝도 없겠지만. 이 나이 다 되어 아직도 

그의 글을 읽는것은 언제나 느끼게 되는 지나가버린것들에 

대한 기억들때문이 아닐까?




인생에 있어 매일 일어나는 작지만 아주 확실한 행복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할때 느끼는 상쾌함이나.

그 후 마시는 커피의 향기로움. 그리고 자고 있는 천사 같은 아이들의 얼굴.

가끔 울리는 전화기의 기분좋은 친구의 목소리. 

페이스북 메신져의 반가운 인사.


허리띠를 조금 더 짤라내야겠군 하고 느낄때의 기쁨.

버스나 택시를 타자 하고 맘 먹었을때 바로 앞에 서는 차.

꽤 긴 거리동안 신호에 안걸리고 운전할 수 있을때의 기분.


오래간만에 튼 라디오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음악이 나올때.

신호에 멈춰 고개를 돌렸는데 눈이 휘둥그레질 미인을 봤을때. -_-;

대충 끼니나 때우자 하고 들어간 식당의 음식이 정말 맛있을때.



그리고. 여기 들어왔을때 고객님들이 써놓은 이번 상품에 만족하셨다는

후기을 봤을 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는데 파란 하늘에 구름이 아름답게 피어 있을때.

많은 확실한 행복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지금.

그게 나의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일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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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사진

일상 2016. 4. 7. 11:21


가끔 시간이 남을때 사진을 찍습니다.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 때 

봄이 왔다는 걸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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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시골집에 좀 다녀왔습니다.


덜컹거리는 비포장 길을 따라 섬진강 계곡으로... 

20여분 올라가면 산꼭대기 평평히 자리잡은 분지위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동네가 있는데 그 동네가 바로 저희 시골집입니다. 


여전히..

검은색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으시고.. 한손엔 괭이자루 쥐으신채 

고추밭에서 풀을 메고 자갈과 흙을 퍼서 평평히 다듬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마당한켠 꼬리를 흔들며 짖어대는 백구 두마리 태어난지 일주일이 

채되지 않은듯한 11마리의 새끼병아리들이 어미 닭을 쫒아 여기저기 

마당흙을 쓷고 다닙니다. 


석달전 어미를 잃은 두마리의 오리새끼를 어머니가 주사기로 

우유를 먹여가며 키운놈들인데 어느새 지 어미 만큼이나 커서 

저를 보더니 뒤뚱 뒤뚱 도망가더군요. 


아들넘이 온다는 소식에 털털거리는 트럭을 몰고 시골장에 

다녀오신 어머니 검정비닐봉투에 고기를 두어근 사오셨나봅니다. 

그 새 부엌에선 고추장 돼기고기 볶음냄새가 마당을 침범합니다. 


쌔까만 산흙과 그 흙 속 바위틈을 뚫고들어간 펌프의 수도꼭지에선 

시원한 지하수가 흘러나옵니다. 손잡이가 깨어진 바가지로 그 물을 한그릇 

벌컥벌컥 들여마시니 역시나 너무나 맑고 시원합니다. 


마루 평상을 어머니가 건네주신 마른수건으로 닦아내고 

평상위에 차려진 시골밥상 마당에서 따온 고추와 오이 그리고 상추 

장독대에서 퍼온 맛난 된장 그리고 그 된장속에 오랫동안 파묻혀있던 무 장아찌.....








저녁


지리산에 둘려 쌓인 산속 집의 가을밤은 다른 곳보다 일찍 찾아오는거 같습니다. 

어머니는 챙겨주신다며 빈 과일박스안에 참기름,된장,오이,가지,올해는 고추 농사가 잘됐다며 

건네주신 빨간 고추가루를 바리바리 쌓아주십니다.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 시골집

지나가는 차 소리도 사람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단지 새 소리와 풀벌레소리 

가끔 백구의 짖어대는 소리 뿐인 그 집을 다시 떠납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있는데...

제 아이도 내년이면 학교를 가는데 저의 손에 어머니는 서너번 접은 만원짜리 몇장을 쥐어주십니다.

올라가며 기름값하라며... 


아버지는 역시 말씀이 없으십니다. 잘 올라가라.! 이 한마디 뿐이십니다. 

덜컹 덜컹 차 백미러로 보이는 가로등 빛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 


거울에 비친 사물은 실제보다 가까이 있다고 백미러에 써져 있는 그 말처럼 

제 마음 속 시골집이 가까웠으면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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