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 2016. 5. 10. 22:57



환한 형광등. 넓은 조리대. 그 앞에 쌓여있는 각종 튀김들..

따뜻한 날씨라 김은 없지만. 분명 뜨근할 오뎅.

그리고 갈색 닭튀김.

그것에 이끌려 들어가 버린.그곳은

중년의 아저씨 한분이. 속풀이 라면을 들고 계셨다.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안받는 전화를 옆자리에 내던지듯 놓고

남은 국물을 훌훌 비워내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핸드폰은 그대로 의자위에 놓아 놓은 그대로.



친절한 주인아저씨가 아니였다면.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적어도 10분은 핸드폰을 찾느라 분주했을게 당연하다.



면도를 이틀쯤은 안한 아저씨.

떡볶기 이인분을 포장해 간다.



시험공부에 애쓰는 아이를 위한 것일까.

선술집 마담을 꼬시기 위한 작업용품일까.


하루종일 땀과 먼지에 절은 언젠가는 하얀색이였을 면티를 입은 아저씨.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떡볶기 이천원어치.

그의 수중에 전재산일듯 보이는.곱게 편 이천원

끌고 온 자전거에는. 검정 비닐안에 들어있는 술병이 보인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그 분.

주인아저씨에게 설명을 듣고.가야할길을 마저 묻는다.

다행이 그다지 멀지않은 곳이 목적지 인가보다.


닭이 튀겨지길 기다리는 내 앞에 자리하시더니

혹여 그 앞의 티비가 안보일까 어려워 하신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행동.

모르는 분이지만 안스러울 지경이다.

반백의 머리. 반백의 수염. 허름한 면바지에 슬리퍼.

그리고 짐자전거.




잘 보여요.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내 말을 듣고도

조금 더 옆으로 비켜 앉으신다.


몇조각 드시더니. 집에 있는 누군가가 생각나신 모양이다.

공손히.그걸 싸 주길 부탁한다.

주인아저씨는 조금 남은 떡볶기를 더 해 비닐봉지에 담아드린다.


이쑤시개를 하나.둘 빼서는 소중히 담는.

어쩐지. 저 분은 운이 지독하게 없는 분이실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같이 하는 누군가가 아직은 계신거겠지.

두개의 이쑤시개로 봐선.


해질녁의 분식집엔 생각과 달리.

떡볶기를. 국물에 묻힌 튀김을. 오뎅을 좋아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 아저씨의

지극히 공손하고 구부러진 등이

그 바랜 면티가 오래 기억나서 주절거린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제목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은 

무라카미하루키의 수필집 이름이다. 


수필집의 표제작인데. 내용은 속옷을 고르고 사길 좋아한다는 

그런 내용이지만. 제목이 주는 느낌이 참 좋다.


커다란 행복을 들자면. 끝도 없겠지만. 이 나이 다 되어 아직도 

그의 글을 읽는것은 언제나 느끼게 되는 지나가버린것들에 

대한 기억들때문이 아닐까?




인생에 있어 매일 일어나는 작지만 아주 확실한 행복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할때 느끼는 상쾌함이나.

그 후 마시는 커피의 향기로움. 그리고 자고 있는 천사 같은 아이들의 얼굴.

가끔 울리는 전화기의 기분좋은 친구의 목소리. 

페이스북 메신져의 반가운 인사.


허리띠를 조금 더 짤라내야겠군 하고 느낄때의 기쁨.

버스나 택시를 타자 하고 맘 먹었을때 바로 앞에 서는 차.

꽤 긴 거리동안 신호에 안걸리고 운전할 수 있을때의 기분.


오래간만에 튼 라디오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음악이 나올때.

신호에 멈춰 고개를 돌렸는데 눈이 휘둥그레질 미인을 봤을때. -_-;

대충 끼니나 때우자 하고 들어간 식당의 음식이 정말 맛있을때.



그리고. 여기 들어왔을때 고객님들이 써놓은 이번 상품에 만족하셨다는

후기을 봤을 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는데 파란 하늘에 구름이 아름답게 피어 있을때.

많은 확실한 행복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지금.

그게 나의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일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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