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아주 평범한 식사를 하면서 좋고 싫음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때가 되어 끼니를 때우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쌀밥에, 배추김치에 

꽁치튀김 정도의 음식을 먹을 때는 이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겁니다. 


습관은 사람을 무감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지금 같은 순간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군주가 먹고 있을 저녁식사나, 

일본의 시골 농부가 먹고 있을 질박한 새참 같은 건 좋다와 싫다로 

구분할 수 없듯이.. 그건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사람이 뭔가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몇 번은 경험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좋아한다와 싫어한다는 생활, 혹은 거창하게 말하면 운명, 아니면 습관 따위가 

한계지운 울타리 안에서 정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녹차를 마시고 있지만 수십 년을 땅속에서 썩혀 

먹는다는 중국의 최고급 녹차의 맛은 모릅니다. 수백 가지나 되는 영국 차의 거의 

대부분을 입에도 대지 못해 봤습니다. 제가 입에 대본 것 중에 최고의 마실 것은 

그냥 "녹차"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커피와 녹차"의 좁은 이분법으로 커피보다는 녹차가 입에 맞다라는 관념을 

만들어 놓고 녹차를 의식적으로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먹는 설록차 티백은 그래봐야 국내에서 판매하는 십 수가지 녹차 종류 중에 

하나일 뿐이고, 그것도 마트에서 고를 수 있는 품목 중 하나일 뿐입니다. 

호기심이 많고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성격상 이런 연속된 경험이 틀에 박혀 

있다고 느낄 때마다 뭔가 다른 걸 마구 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충동도, 뭔가에 규칙적으로 매여 있을 때는 들지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전북 고창 식육식당에 가서 한 번 먹어봤던 갓상추로 담근 김치에 

껍질까지 바삭하게 구운 돼지고기에 싸먹는 술안주나 일본 오사카 어느 골목길에서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먹었던 오징어 숙회에 먹물을 소스로 끼얹은 독특한 

음식 같은 걸 계속 접할 수 있었다면 이걸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의 범위가 

훨씬 더 많아 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 파리의 어느 클럽에서는 무명의 여가수가 

인생 최고의 감동을 선사할 흐느적거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근데 어떤 규칙이나 틀에 막혀 이런거 너무 놓치고 사는 거 아닌가 싶을 땐 

좀 아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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