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진실보다 더 진실 같은 트릭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 고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단편 소설은 항상 단골 레퍼토리처럼 빠짐없이 실리죠. 토속적인 냄새가 

진하게 베어있는 이 단편 소설을 쓴 이효석은 사실 생활 형태로 봐서는 

모더니스트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 출신인 그는 커피를 숭늉처럼 마시면서 

유려한 달변으로 여자들을 꼬시는데 능하기도 했구요. 간혹 작가와 소설을 

일체화 시키는 독자들은 개성적인 모더니스트인 이효석을 땅에 대한 

애착이 강한 향토색 짙은 작가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전원생활에 대한 애정이 결핍되어 있더라도 이효석 같은 뛰어난 글쟁이들은 

그럴싸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예는 많습니다.  


휴머니즘 가득한 소설을 써냈던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동물 학대가 심했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샐린저가 헤밍웨이가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사람인줄 알고 몹시 흠모했는데, 헤밍웨이가 어느 날 총으로 살아있는 닭을 

재미삼아 쏜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 헤밍웨이를 혐오하게 됐다고 합니다.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태양이 저녁이 되면 석양이 물든 지평선으로 

지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떠오른다. 태양은 결코 이 세상을 어둠이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태양은 밝음을 주고 생명을 주고 따스함을 준다. 

태양이 있는 한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희망이 곧 태양이다."

라는 어록을 남긴 사람이 장총으로 자기 머리 날린 것도 참 의문입니다. 






사실 식품 쪽에는 이런 진실과 트릭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일들이 참 많습니다. 


언제부턴가 김치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신비의 효능을 가진 약품이라는 주장이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몇년전인가 중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그 시작이었죠.  


미국과 유럽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는데 놀랍게도 바로 이웃에 있는 우리에게는 

아무 피해가 없었습니다. 중국에 있던 우리 교포나 여행객도 모두 무사했습니다. 

그런 행운이 김치 때문이라는 주장이 언론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는 정도의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김치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김치가 뛰어난 항균, 항산화, 항암, 비만 방지효과, 노화 억제, 면역 

활성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신비의 '영약'이 되어 버렸습니다. 


SARS의 피해를 입지 않은 국가나 민족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사실도 무시됐고, 

왜 하필이면 김치가 꼽히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습니다. 

많은 양의 김치를 먹어왔던 우리의 건강 상태가 특별히 좋은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김치에는 마늘, 고추 등 여러 가지 향신료가 들어갑니다. 그 성분들 중에는 항바이러스 

효과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물질들과 비타민이 있어서 좋은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발효와 부패가 종이의 양면이듯 발효 식품이 꼭 몸에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발효를 통해 소화가 잘되거나 이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미생물들이 그런 것만 

골라서 생산하는 것은 아니죠. 사람들이 그런 것만 눈여겨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발효를 위해서는 대부분 소금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한국인의 식습관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나트륨 과다 섭취라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김치가 암 발생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지만 위암 발생의 인자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짜게 먹는 것은 위암과 큰 상관관계가 있고 한국과 일본은 둘 다 

짜게 먹는 나라이자 다른 암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김치가 우리 몸에 썩 유쾌하지 않다는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다른 것도 있습니다. 


천연,자연 식품과 가공,합성화합물에 관한 것입니다. 대부분 자연에서 얻은 

천연은 안전하고 공장에서 만들어낸 가공물은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천연물 특히 자연에서 얻은 식물 속에는 독성물질이나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물은 박테리아, 곤충 또는 동물에 대한 방어 

작용으로 여러 가지 독성물질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합니다. 


단적인 예로 네팔 석청(바위틈에서 딴 벌집)을 그냥 따서 먹다가 그레이아노톡신 독에 

의해 사망한 경우가 매년 발생합니다. 하지만 사람 손에 길러진 양봉꿀을 먹고 

사망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또한 독버섯을 그냥 따서 먹다가 사망한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자연산 복어를 잘 못 손질해 먹다가 집단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매년 미국에선 천연 자연에서 식품을 먹고 

사망한 사례는 수백명씩 보고 되고 있습니다. 반면 합성 가공품을 먹고 사망한 

사례는 지난 수십년간 단 한건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사자는 사납고 위험하지만, 모기는 에플킬라 좀 뿌리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매년 모기 때문에 말라리아로 죽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에 

달합니다. 사자 때문에 죽는 사람은 10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입니다. 


사실 합성 첨가물은 위험해 보이나 동물원에 갖힌 사자처럼 안전하게 관리되기에 

피해가 없고, 천연물은 안전해 보이나 워낙 많이 소비되고 통제되지 않기에 

모기처럼 많은 피해를 줍니다. 피해는 익숙한 것에서 오지 위험해 보이는 것에서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진실을 말하길 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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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진실? 진실이라는 어감은 참 좋지만, 진실이 항상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진실을 가려야 남들이 즐거워한다면, 꼭 진실을 

밝힐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친환경, 무항생제,유기농, 무첨가 등에 꼿혀 많은 농장과 사람들을 만나러 

전국을 떠돌아 다닌 적이 있습니다. 신문 기사에도 실리고 했는데 그때 기자가 

저에게 사람들에게 이런 먹거리들이 얼마나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사람이 숨 쉬기 방법을 잊어버리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반문했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다는 걸 강조하는 반문이었습니다. 


그치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기위한 접대용 

멘트였습니다.  


음식은 그저 삶의 파트너일 뿐입니다. 평소엔 모른 척 지내다가 필요한 

순간엔 꼭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관계 말이죠. 요즘은 보통 음식은 

별로 없고 좋은 음식이나 나쁜 음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상 순리가 그렇지 않은데 겉보기 지식으로 만들어 놓은 평판에 의해 

비틀린 것입니다. 


흑백논리, 붉은 색칠하기의 결과죠. 실제 식품이 평판 처럼 좋은 식품 나쁜 

식품으로 나누어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좋고 나쁨도 시간에 따라 환경에 따라 

계속 바뀌었고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내 입장에서 진실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이란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도 해봅니다. 

내가 듣고 내가 본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팩트가 진실은 아닌 그런거.. 


특히나 이런 먹거리 특히 기존에 오랜 시간 관습화 되어 온 것에는 늘 그런 전제를 

깔아 놓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야(천연,자연,유기농,친환경 등)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더군다나 그 호감이 언론이든 타인의 의한 트릭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더더욱 진실을 말하기 싫어집니다. 


진실을 말하긴 싫지만 거짓말쟁이가 되기에는 양심에 찔려하는 포지션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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