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이야기

먹거리 2012. 1. 9. 15:52
그러니까 한 몇년전 이야기입니다. 총각때 이야기죠. 

동네 시장에 제 고물차를 집 뒤편에 주차시켜 놓을 때쯤에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어쨌든 집 건물 안으로 빨리 뛰어들어가는 것이 상책이었죠.   
 
비 맞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날의 비는 불쾌한 느낌을 갖게 하는 그런 어설프고 추적거리는 비였습니다. 

차에서 내릴라니까 장애인 아저씨 한 분이 휠체어를 탄 채 내 앞을 지나갑니다. 휠체어 등받이에는 무슨 천 같은 것이 걸쳐 있었는데, 그것이 빗물이 괸 더러운 길바닥으로 툭 떨어졌죠.  저기요! 라고 외쳤지만 못 들었는지 아저씨는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골목길 안으로 빠르게 사라져갑니다. 떨어진 물체를 자세히 봤습니다. 남루해 보이는 아저씨처럼 그 물건도 남루했습니다. 그건 아주 낡은 스웨터였고..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본능에 따라 그냥 집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양심에 따라 스웨터에 손이 더러워지는 것과 비맞는 것을 감수할 것인가? 결국은 스웨터가 이겼죠. 하필이면..... 누군가 손으로 짠 스웨터임이 분명해보이는 모양새였거든요. 
 
그건 금전적인 가치는 1000원도 안될지 모르지만 그 아저씨에게는 매우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지 않을까? 젠장 이 스웨터는 아저씨의 친구가, 아내가, 어머니가, 자녀가 짜준 것일 수도 있었고,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분명히 이것을 짜느라고 하룻밤을 꼬박 지샜을지도 모를 일이었죠. 

"그에게 소중한 것일수도 있다"라는 그 1%의 가능성 때문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죠. 스웨터를 손으로 집어들고 비맞는 거리를 쏘다니며 휠체어 자국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시장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때 제 차림은 반바지에 슬리퍼였습니다. 날씨는 추웠지만 어차피 집에서 잠깐 나온거고 그놈의 고물차에서 새나오는 기름내 섞인 히터바람에 충분히 체온을 의지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진흙에 푹 젖은 스웨터를 아기를 안은 애아빠마냥 품고 빗속을 쏘다니기엔 적당한 차림이 아니었죠. 시장 사람들이 미친놈 행색을 하고 두리번거리는 날 주목하며 손가락질 한 건 당연한 일이었죠. 하지만 한 번 시작한 일, 해결을 봐야 했습니다. 내 몸에 맞는 옷이 아닌 이상 그냥 입을 수도 없고 다시 떨어진 그 자리에 고이 뉘이고 집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결국, 스웨터의 주인을 찾았습니다. 아저씨는 왠 두부집 앞에 있었는데 그 두부집 주인과 즐겁게 대화중이었습니다. 아마도 친한 사이인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 하고 외치며 그분의 등을 살짝 쳤죠. 깜짝 놀라며 날 보더니 더욱 깜짝 놀라는 모습.

당연합니다. 누군가 자신의 등을 쳐서 고개를 돌렸는데 왠 덩치큰 녀석 하나가 이상한 차림에 비를 흠뻑 맞고서 창백한 안색에 입술을 부들부들 떨면서, 헉헉거리면서 자신을 며칠 굶은 사냥개마냥 뻔히 내려다본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마 저라도 기겁을 했을 겁니다. ㅋㅋㅋ

어쨌든 제가 스웨터를 돌려주면서 분위기는 살가워졌죠. 아저씨는 굉장히, 정말 내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고마워했고 따라서 기분이 꽤 좋아졌습니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내 팔을 아저씨가 붙잡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팔힘은 굉장합니다. 

"두부 한 모 받아들고 가요."

즉 스웨터를 찾아준 선행의 댓가는 두부였습니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였고 거절하기도 모한 상황이었습니다. 한 모에 500원인가 1000원인가 하는 두부를 받아들고 집에 오자 아무도 없었습니다. 두부는 식어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온기가 꽤 남아있었거든요. 뒀다가 나중에 데워 먹거나 어머니의 레시피에 흡수되도록 방치하느니 그냥 지금 먹는게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허기도 적당히 있었으므로 저는 두부가 담긴 비닐을 접시삼아 젓가락으로 커팅을 하며 간장도 김치도 없이 오직 갓 솥에서 생산돼 나온 뜨뜻미지근한 두부의 맛만을 느끼며 아주 천천히 아주 맛있게 두부 한 모를 먹었습니다. 

지금껏 먹은 두부 중에 단연 최고였습니다.  

선행의 댓가로 주었기 때문에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는 식의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아저씨에겐 감사하지만 두부만 놓고 말하자면 그저 맛 자체가 최고였습니다. 오직 순수한 두부만을 main으로 요기를 한 번 해보세요.

입안, 혀 안에서 입자가 갈리고 부서지는, 그러면서 달짝지근한 콩냄새가 기관지를 자극하면서 목구멍 안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내려가는 그 두부맛 체험을 한번 해보세요. 그 순간 세상은 오직 두부와 같은 순백색으로 화할 것입니다. 같은 두부라도 된장찌개 속에서 헤엄치는 녀석들과는 감히 그 격을 달리한다.

"화"라는 책에서 틱낫한 스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오직 당근만을 먹으면서 그 맛에 집중하면 당근이 가지고 있는 모든 아름다운 맛을 멀티플렉스로 느낄 수 있다"고....

대충 공감은 갔지만 그날 두부를 먹으며 공감수치는 100으로 상승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버거킹 치킨버거와 두부 한 모를 비교해보자면, 말보로 입에 문 카우보이와 곡주 한 잔에 가야금 켜는 신선 정도의 수준차이라고나 할까요...

그 뒤로 그때만큼 두부의 감동 내지는 미각의 감동같은 것은 경험하지 못하고 있지만, 저는 스웨터를 찾아주기로 한 그때의 내 결정이 결과적으로 아주 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을 휠체어와 바퀴를 굴리기 위해 팔이 만들어내는 단순동작에 의지해왔을 그 아저씨에게도 무척 감사합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미식에 대한 견문이 폭발적으로 높아졌거든요. 
 
썰이 길었네요. 한번 요리, 내지는 조리, 혹은 조미 따위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순수한 식재료를 한 번 천천히 음미해보세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달라보입니다. 두시간동안 B급 액션영화 한 편 보는것보다 확실히 낳습니
다. 

한 번 해보세요! 생각보다 세상엔 작은 기적이 꽤 많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localfoo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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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을 바꾸는 15분'이라는 팟캐스트를 시간날 때 마다 보고 있는데.. 
내용이 유익하고 다 듣고나면 뭔가 느껴지는게 많아서 올려봅니다. 

아래 내용은 한 여대 교수님의 강의인데요.
말끔하게 생기신 분이 말씀 참 재밌게 하시네요. ㅎㅎ

보면서... 저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그게 설령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도 억지로 한번쯤 입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정말 말한마디 하는거 쉬울거 같은데..쉽지 않는거거든요. 남자입장에선..  





 













상처와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열정 권태 그리고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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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목욕을 하다가 욕실 문을 열어놨는지 나와서 바르르 떠네요. 입술까지 파래지면서.. 그날 밤 열이 38도에서 1시간도 채 안되서 41도까지 급상승.. 이마는 후끈후끈 하네요. 

그런데 아이는 보채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잘 놀기만 하네요. 아이를 차에 태우고 24시간 하는 아동병원에 데려갔더니 일단 열을 내려야 한다며 입원하자고 합니다. 태어나서 병원엔 처음가는데.. 입원부터 하라고 하니 부모 입장에서 기분이 싱숭생숭...

달리 방도가 없다고 하니 아이 손보다 더 커보이는 링게루를 꼿고 입원실로 올라갔습니다. 이제 4개월 된 둘째 아가가 있어  모유수유 때문에 1인실을 달라고 하니 1인실은 만석이네요. 어쩔수 없이 3인실로 갔는데.. 흠.. 생판 처음 보는 아픈 아이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건 정말 곤욕스럽더군요.

근데 아픈 아이들을 보니.. 그리고 그 부모들을 보니.. 아이가 왜 아플수 밖에 없었는지 대략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저희 옆 침상에 있는 아이는 이제 갓 돌을 지났는데 장이 안좋아서 몇번 입원했다고 하더군요. 계속 짜증내고 울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설사를 하는데.. 그 엄마는 아이가 울 때마다 참깨스틱(과자), 마가렛, 초코파이를 쉴 새 없이 주더군요.. 정말 저희 집사람과 그 장면 보고 뜨악~ 했습니다. 

다른 침상의 아이는 이제 16개월인데 벌써 네번째 입원이라고 하더군요. 아주머니가 성격도 좋고, 붙임성도 좋고 말도 잘 합니다. 근데 밤만 되면 맥주를 마십니다. 힘드니까 그럴수도 있겠단 생각이들었는데 문제는 맥주와 함께 먹는 안주를 아이한테도 먹인다는 겁니다.  

그 안주는 주로 시중에서 파는 햄이나 미트볼 같은 종류였는데.. 이런쪽 일을 해서 그런지 아이가 그런걸 집어 먹는 모습이 끔찍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런걸 아이한테 먹여도 되나요?"
 
했더니..

"어때서요? 요새 엄마들은 애를 너무 깨끗하게 키우고 깔끔떠는거 같아요.ㅎㅎ 
 
아무거나 잘 먹여야 잘 크죠,"
 


사실, 대량 유통되는 시중에서 접하는 거의 모든 식품에는 인공첨가물이 들어갑니다. 인공첨가물이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식품 보관이나 인체에 필요한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다만 그걸 적당히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냅니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첨가물'이라는 책을 보면 식품첨가물은 마법의 약과 같아서... 큰 기술 없이도 저급의 자투리식품을 보기에 번듯한 식품으로 둔갑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폐해가 더욱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저 엄마가 아이에게 먹이는 미트볼의 경우 소뼈를 깎아 모은 고기라고는 말할 수 없는 저급 잡육도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여 상품성 있는 미트볼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우성 계란 생산이 끝난 폐계육을 저며서 섞으면 양이 늘어나는데, 이때 '인조육'이라 부르는 대두단백을 같이 쓰면 육질이 좋아진듯한 느낌을 줍니다. 여기에 맛과 향을 내기 위해 화학조미료와 향료를 쓰고, 씹을 때 매끄러움을 주기 위해 변성전분을 넣고, 공장의 기계작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증점제와 유화제를 넣습니다.  

또 먹음직스런 색깔을 내기 위해 색소를, 보존기간을 널리기 위해 보존제, 산도조정제, 산화방지제를 쓰고, 이런 작업을 거치면 미트볼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빙초산과 캐러맬색소를 섞은 모조 소스와 토마토 페이스트에 색소, 산미료, 증점제를 넣은 모조 케첩을 발라 진공팩에 넣고 가열살균하면 미트볼 완제품이 완성됩니다.  

대략 30여종의 첨가제가 사용되었고, 첨가물의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걸 자신의 아이 입에 넣고 있다는게...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이런 무지로 인해 쓰레기 같은 음식을 아이가 먹고 병원에 입원하지 않는게 더 신기했습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는 열이 내려 2박3일 입원을 하고 나왔지만.. 저는 나름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또 아파서 계속 입원 할 것 같았고, 그 험난한 병원 생활을 계속한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이나 부모들 모두 참 안돼보였습니다. 

새삼 느끼는거지만 아이나 어른이나 먹는거 정말 중요합니다. 아프고 병이 생기고 하는 거 사실 먹는거에 따라 많이 좌지우지 됩니다. 어차피 먹기위해 삽니다. 먹는거보다 건강보다 중요한거 사실 별로 없습니다. 이왕 먹는거 제대로 잘 알아보고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으면서 느낀 먹거리에 대한 생각은 단순합니다. 

"싸고 맛있을 수는 있지만.. 싸고 맛있고 안전할 수는 절대 없습니다. 
그리고, 대량 유통은 대량 생산은 먹기 위해 만드는게 아니라 팔기 위해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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