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진행한 실버스푼 푸드박스의 정점은 맷돌 콩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콩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하는 곳이 있습니다. 5월 중순 시작해, 찬바람 부는 9월말쯤에 문을 닫습니다. 

 

기가 막힌 맛에, 콩물은 꼭 여기서만 먹게 되고 푸드박스의 기획도 이 콩물과 두부를 드셔보시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사실 번호표 들고 서 있는 곳이라 엄두도 못냈습니다. 또 콩물이 워낙 예민한 식품이라 더위에 택배로 가다 자칫 상하기 쉽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가해지기를 기다려 만들어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한참을 졸라 겨우 허락을 얻어냈습니다.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콩은 국산콩이며 무안에서 키운 콩만 사용합니다. 콩물의 맛은 콩 뿐만 아니라 콩의 삶기, 콩의 간, 멧돌에 가는 타이밍, 물의 양 등 여러가지 요소가 맞아야 하는데 이건 오로지 손 맛과 감으로만 행해집니다. 


만들어 놓은 콩물은 되직해지기 때문에 미리 만들 수 없어 푸드박스 당일 날 새벽부터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준비한 수량은 1리터 총 110병이었고 새벽부터 만든다면 오후 1시쯤까지 충분히 나올 수 있으리라 예상했습니다.

1시에 운반해서 푸드박스 포장을 시작하면 6시쯤 마무리하고 우체국 택배에 실어 보내는 시나리오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맷돌에 가는 콩물은 1시간에 7~8병 밖에 나오지 않는겁니다. 이 아주머니도 처음 해보기 때문에 시간 계산이 안됐고, 1리터가 어느 정도 양인지 감을 못 잡았습니다. 맷돌이 여러대가 있으면 빨리 할텐데 이 맷돌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사별하신 남편분이 만들어주신 것이고, 다른 맷돌은 이런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콩이 이렇게  갈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 한대 밖에 없습니다. 


이 맷돌 한대를 가지고 느릿느릿 1시가 넘어가고 2시가 되고 그렇게 새벽 2시부터 한 작업은 오후 4시 20분이 다 되서야 끝이 났습니다. 택배 마감까지 2시간 밖에 남지 않았고 아무리 빨리 작업장까지 달려도 40분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정말 엄청난 스피드로 차를 몰아 도착하니 4시 58분입니다. 이제 택배 마감 시간까지 1시간 남았습니다. 그때부터 택배를 포장하기 시작하는데 이 추운 겨울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 내립니다. 

분단위 초단위를 다툽니다. 


정신없이 박스를 싸다가 잠깐 고개를 들어 한 5분 지났나 하고 시계를 보면 30분이 후딱 지나가 있습니다. 6시가 넘어가고 택배기사님이 오시고 택배를 싣고 우체국 마감 시간 때문에 기다리다 기다리다 7시쯤 어쩔 수 없이 떠납니다. 아직 채 포장하지 못한 택배가 많습니다. 8시쯤까지 택배를 싸고 나머지를 차에 싣고 마지막에 지역 택배가 모이는 우편집중국으로 내달립니다. 우편집중국에 도착하고 나머지 택배를 내려놓으니 9시가 다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온 몸에 팽팽했던 긴장이 탁 풀립니다. 


만약 오늘 못보내면 내일 전국을 돌면서 직접 가져다 드릴 마음까지 먹었습니다. 푸드박스에 들어가는 제품들이 미리 만들어 놓거나 빨리 빨리 대량 생산 할 수 있는 품목은 아닙니다. 대부분 조금씩 천천히 정성 들여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고객님들이 받아서 드실 수 있는 제품들이라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요즘 소비는 그런거 같습니다. 돈만 내면 어느 정도 좋은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입니다. 지불한 돈의 액수가 커져도 그 이상의 행복과 만족감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 집니다. 돈을 써도 써도 뭔가 채워지지 않습니다. 제가 고객님들께 푸드박스를 통해 정말로 드리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돈이 오가는 거래가 아닌 만든 사람의 생각과 자세가 담긴 것, 하나하나 정성을 들이고 시간을 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객님들께서 기대 이상 만족하시고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 이렇게 택배 상품으로써 불가능에 가까운 맷돌 콩물 같은 제품을 생각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몇몇분들 푸드박스에 제품이 몇개 빠져서 가고 그랬지만 다들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셔서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로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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