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 명이 모였다.

일상 2018. 11. 9. 20:04





열 두 명이 모였다.

무겁고, 진지하고, 심각하다. 

진행자 한 명이 주제를 던져놓으면

다들 나즈막한 목소리로 각자의 의견을 내놓는다.


나는 말하지 않는 대신

어쩌다 한 번씩 미간을 찌푸리는 것으로

심각한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음을 표했다.

시간이 흐를만큼 흘렀는데도


무거움은 좀처럼 해제되지 않았다.

음식은 언제쯤 깔리려나.


사실 나는 전혀 심각하지 않았다. 지루했다.

바로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말을 한다.


가수 윤복희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하마터면 피식... 웃음이 새어나올뻔 했다.

 

웃어서는 안되는 엄중한 상황이다.

딱히 웃기지도 않는데 왜 웃을뻔 했지?

이 엄중한 상황에...


그러나 '엄중'을 내세워

얇고 가벼운 웃음을 누르려 하자

웃음은 내 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웃음을 짓이겨 없애버리겠다는 심정으로

고개를 숙여 이를 앙당 물었다.  

윤복희를 닮은 아저씨는 계속 말을 하고 있다. 


몸을 비틀어 자세를 바꿔보기도 하고,

허벅지를 꽉 누르기도, 꼬집기도...

갖은 동작으로 웃음에 압력을 가했지만

웃음은 어디서 터져나올지 모를


급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머릿속에서 윤복희를 흉내내는

개그맨 김영철이 떠오르자

나는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오자마자 묘하게 내 안의 웃음은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 자책했다.

다짐하듯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심각한 상황속으로 들어갔다.


진행자가 일어나 말을 하고 있다. 모두가 경청한다.

나는 자리를 비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앉았다.


진행자가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윤복희를 닮은 아저씨가 나를 향해 고개를 주욱 내밀며


사근사근 속삭인다.


"혹시 속이 안좋으세요?"


나는 또 다시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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